낯설지만 익숙한 존재, 인간들로부터 많은 편견을 가진 생물인 ‘거미’를 수업의 주인공으로 선정하여 작은 생물의 시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놀이의 형식으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교육이
필요한 순간!
어느 날 학교에 너구리가 출몰하였다. 학교는 잠깐 소동에 휩싸였고, 안전상의 이유로 운동장과 화단 주변 출입이 잠시 중단 되었다. 너구리의 출몰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 텃밭을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어 어떤 야생 동물의 소행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 존재가 너구리였다는 것은 그 소동이 있었던 날 알게 되었다. 이렇듯 너구리 뿐만 아니라 제법 다양한 야생동물 출몰 이벤트는 간혹 학교를 잠시 교란시켰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 너구리가 왜 나타났는지, 포획된 너구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또 다른 야생 동물이 우리 학교에 있는지.... 등을 궁금해 하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순간! 이러한 순간은 바로 ‘교육’의 순간이다. 즉 우리들이 겪는 삶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궁금증이 유발되고 질문이 생기는 그 순간이 바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학교가 마련해야 하는 순간이다. 한편의 이벤트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훼손하고 있는 생태계 문제, 인간과 자연의 공존문제, 나와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에 대해 탐구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동기이므로 그 귀한 사건을 지나치면 안된다. 삶을 유지함에 있어 발생될 수 밖에 없는 사건과 갈등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과제를 남기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이 보여진다.
특히 인간을 자연의 중심에 두고 자연 환경을 인간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인간중심의 사고는 생물종에 대해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태도, 환경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책임 회피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생태중심적 관점으로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개인이나 소수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럿이 협력하는 경험의 과정, 특히 예술적 경험을 하되 공동체성을 기반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하였다.
학교에 나타난 너구리
학교 생태계는
배움의 공간
학교 안에는 나름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학교의 역사와 함께 자란 다양한 아름드리 나무들, 학생들이 가꾸는 텃밭과 화단, 학교 울타리와 담벼락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학교 생태계 덕분에 학생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자연에서 거둔 채소와 열매들을 맛보기도 한다. 쉬는 시간 학교 공간을 뛰어다니며 작은 생명체들을 발견하고, 떨어진 나뭇잎과 가지, 흙을 만지기도 하거나, 꽃과 식물들을 궁금해 한다.
이렇게 학생들은 학교 생태계 안에서 체험하고, 오감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또한 학교의 자연 환경은 학생들이 직접 자연을 접하고 보살피는 경험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따라서 학교의 자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생태적 존재들을 알아차리고 관찰하면서 나와 다름의 세계를 수용하는 교육, 생태 감수성을 심어줄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였다.
학교 정원 앵두나무
예술과 함께 생활하고,
예술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
학교에서 예술교육은 학교예술교육으로 명명하고 있다. 학교예술교육이란 학교 교육과정 내 예술교과 교육과 비예술교과 교육을 포함하여, 학교를 둘러싼 제반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예술교육을 총칭하는 것으로 학교 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된 예술 자원이나 소재를 교육적으로 기획하고 경험시킴으로써 ‘예술향유인’을 양성하는 학교교육을 말한다. 예술 향유인! 즉 예술과 함께 생활하고, 예술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이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예술교육의 방향성이자 목표로 작동되고 있으므로 먼저 그 함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예술과 함께 생활한다는 지향점은 우리의 삶이 예술의 소재가 되고, 예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우리들의 일상이 예술의 근원이자 예술은 삶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학교예술교육은 예술을 평범한 일생에서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또한 ‘삶의 이슈에 기반을 둔 예술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예술로 탐구생활의 운영 목적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다음으로 예술과 함께 성장한다는 지향점은 ‘교육’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예술교육의 목적은 작품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이 아니라 예술로 인도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배워,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이 교육의 목적에 호응하며 이뤄질 수 있을 때 건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지 그 고민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이 제공하는 예술적 경험을 통해 학생들도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학생이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결과를 지향한다기보다는 예술가처럼 예술을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고, 예술가처럼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예술가처럼 예술의 과정속에서 예술을 느끼고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할까? 그에 대한 탐구 범위를 ‘교육과정’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학교예술교육비전 출처: 서울시교육청
지금-여기-우리 삶을 위한
배움과 예술활동
올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이기 때문에 학교 현장은 새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교육과정은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1~2학년에 적용되고 있는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통합교과는 ‘지금-여기-우리 삶’을 위한 배움을 추구하는데 이는 지향임과 동시에 역량이다. 지금 만나는 삶의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을 형성하며,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며 생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바른 생활과는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소통하며 서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으며, 슬기로운 생활은 이해하며 탐구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활동을, 즐거운 생활과는 신체활동과 문화 예술 활동을 경험하며 놀이에 몰입하므로 감정과 정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특별히 즐거운 생활의 경우 통합 주제에 맞는 신체 놀이, 감각 놀이, 표현 놀이 등 다양한 놀이 유형을 적용하는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 예술 활동과 연결 지점이 많은 교과라고 할 수 있다.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통합 역량
출처: 교육부 연수자료
나와 너,
우리의 표현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
메세지를 전할 수 있다면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통합교육과정 중 ‘자연’ 단원이 있다. ‘자연’ 단원은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 환경을 의미하며, 학생이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들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자연을 색으로 만나거나 놀이로 만나기도 하고 그림책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관심 있는 동물이나 식물을 조사하여 글이나 그림으로 나타내고 설명도 하지만, 움직임에 담아 표현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우리 팀은 2학년의 ‘자연’ 단원 중 예술적 활동과 연결할 수 있는 수업을 선별하였다. 우리 팀 예술가의 전문성이 더해져 학생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풍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소리, 움직임, 시각예술 등을 융합하였다. 먼저, 교과서에 제시된 ‘동물 흉내 내며 뛰기’와 ‘그대로 멈춰라’ 놀이 수업을 ‘움직임’요소와 연결하였다. ‘지도 속 자연’ 주제 수업은 시각예술로 연결하여 학교 생태 지도를 학생들이 제작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생태지도는 인간을 위한 지도가 아닌 학교에 존재하는 작은 생물들을 위한 생태 지도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생태적 관점에서 공동체성을 함양하기 위해 개인 작품보다는 여럿이 협업하여 제작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예술 행위를 동반하는 수업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나와 다른 존재를 무엇으로 대표할까?
우리들은 대체로 나와 다른 존재의 외형이 반갑지 않게 생겼거나, 심지어 무서워 보일 때 선뜻 품을 내어주기 어렵다. 그 외형이 피부색일 수도 있고, 가진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 주변에 많이 존재하지만 외형이 무서워서 편견을 갖는 것,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는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팀은 ‘거미’를 선정하였다. ‘거미’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면서 해충을 잡는 이로운 존재이지만, 그 외형으로 인해 편견도 많다. ‘거미’를 나와 다른 존재로 상정한 후 ‘거미’를 탐구해보면서 이 작은 생물을 이해할 수 있는 협업 활동을 계획하였다. 그리고 이 협업 활동과정은 예술적 과정이 되어 나와 너, 우리의 예술적 행위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면 우리들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적 존재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인헌초 정원의 거미
나, 너, 우리의 작품
거미가 온다
‘거미가 온다’ 수업을 시작으로 첫 만남을 시작하였다. 먼저 낯선 선생님을 마주할 학생들을 고려하여 감각적 활동으로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기로 했다. 청각, 시각 등의 감각적 자료를 투입하여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거미의 소리를 확대하여 들어보았다. 그리고 거미처럼 거미줄을 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런 움직임을 표현하였다.
#동기 유발
교사가 자연물의 하나를 몸으로 표현하면서 학생들이 어떤 것을 표현했는지 맞춰보았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을 터치하면 학생들이 자연물의 움직임을 표현한 후 자신이 표현한 자연물이 무엇인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거미가 나타났어
누군가 학교에 왔는데 잘 모르는 존재이다. 그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소리에 집중해 본다. 거미가 거미줄을 옮겨다닐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어떤 존재가 우리를 찾아 왔는지 질문한다.
#거미줄을 치자
거미줄을 치며 학교로 교실로 오는 거미를 상상한다. ‘자이언트 얀’을 활용하여 거미줄을 만들었다.
먼저 교사가 자이언트 얀 뭉치를 학생에게 건네 주면, 건네 받은 학생이 실을 풀어가며 건너편 친구에게 건네주러 간다. 이렇게 건너편 친구에게 자이언트 얀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몸에 실을 걸치기를 반복하니 학생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거미줄을 치게 되었다.
#거미줄을 건너서
자연에서 거미줄은 다양한 높이에 쳐져있다. 학생들은 각자 잡고 있는 거미줄을 머리, 허리, 무릎 등의 위치로 높이를 바꾸면서 거미줄의 높낮이를 만들어보았다. 교사가 신호를 주면 자신이 원하는 높이로 실의 높이에 변화를 주었다. 먼저 교사가 거미가 되어 거미줄을 옮겨다니는 동작을 표현한 후 학생들도 거미를 표현하였다. 또는 거미줄을 피해 다니는 작은 생물들도 표현해 보았다. 교사와 예술가들은 음악에 맞춰 학생들 모두가 차례대로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거미줄을 지나올 수 있도록 도우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거미가 되어 학교탐방
학교에 온 거미의 입장이 되어 학교를 탐방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거미가 인쇄된 투명 필름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디자인하거나 색칠하여 완성하였다. 정말 다양한 거미들이 그려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거미를 여저저기 놓아보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거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리고 교실 밖을 나가서 더 넓은 장소에 존재하는 여러 생물들과 환경 속에 거미의 존재를 놓아보았다. 학교 곳곳에서 거미줄을 치고 살았을 거미의 마음, 거미가 느꼈을 생각을 상상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거미가 되어 학교를 둘러본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거미의 입장이 되어 본 학생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말해주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슬펐다거나, 커다란 인간의 손이나 발이 무서웠다거나, 자신이 정성껏 친 거미줄을 망가뜨려서 속상했다는 등... 나의 관점이 아닌 타자의 입장이 되어 진솔하게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거미의 꿈
우리들이 꿈을 꾸는 것처럼 거미도 꿈을 가질까?
지난 시간 거미가 되어 학교 탐방을 했을 때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수업을 시작하였다. 먼저 거미에 대해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꺼내 보았다. 그런데 우리는 거미의 능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동기 유발
지난 시간 활동을 떠올려 보고 거미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과 반응 그리고 거미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 특징 등을 떠올려 보았다.
# 거미 퀴즈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 거미! 학생들은 대체로 거미는 독이 있으며 징그럽거나 무서운 존재로 알고 있었다. 우리 팀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자 거미의 종류와 특징, 외형과 능력들을 알수 있는 다양한 거미 카드를 준비했다. 춤을 추며 구애하는 공작거미, 새끼들을 등에 업고 다니는 늑대거미,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거미줄을 치는 다윈 나무껍질 거미, 사냥감을 잡기 위해 점프하는 깡충거미, 자극을 받으면 온몸을 강렬하게 흔드는 집유령거미, 독을 지니고 붉은 무늬가 있는 검은 과부 거미 등... 학생들은 거미들의 이름과 독특한 생긴 모양새에 흥미를 가졌고, 동시에 거미가 가진 능력들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거미 카드를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거미는 날 수 있는가?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한가?
거미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나?
거미는 시력이 나쁠까?
# 거미의 꿈
우리가 알게 된 거미들의 흥미로운 특징들을 노랫말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이미 즐겨 부르고 있던 ‘문어의 꿈’ 동요를 불러본 후 ‘거미의 꿈’으로 노래 제목을 바꾸고 노랫말을 모둠별로 개사하였다. 학생들이 개사를 할 수 있는 활동지와 거미의 흥미로운 특징들이 담긴 정보카드를 나누어 준 후, 모둠 학생들이 함께 노랫말을 완성해 갔다. 모둠별로 자신들이 만든 노랫말을 바탕으로 노래를 불러 보고 간단한 율동을 만들었다. 노랫말과 동작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예술가들이 시범을 보여주었고, 순회를 하면서 모둠원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그리고 모둠마다 창의적이고, 신나는 동작들을 표현하면서 합창으로 마무리하였다. 학생들은 더 이상 거미가 징그럽게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거미처럼 우리들도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미를 위한 학교 생활 안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도는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편의를 위해 제작한다. 하지만 인간은 생태적 존재이기에 학생들과 거미를 위한 지도인 학교 생활 안내서를 제작해보기로 하였다.
#동기유발
거미의 입장에서 학교 공간은 안전하기도 하지만 위험한 공간이기도 하다. 거미가 안전하게 우리 학교에서 살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끝없는 이야기 안내서
거미를 위한 학교 생활 안내서를 만들기 위해 먼저 안내서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가 제작하는 안내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과정이며, 모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내가 안내하고 싶은 자연을 떠올리고, 거미에게 그 장소를 안내하는 글도 구상해 보았다. 그리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 때 그 아이디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았다.
#학교생활 안내서 만들기
길고 긴 도화지를 준비했다. 우리 모두의 상상과 이야기를 담으려면 직사각형의 평범한 도화지로는 부족하다. 롤 도화지를 준비하고 교실 바닥에 길게길게 펼쳐놓았다. 붓펜, 색연필, 파스텔, 콜라쥬, 물감 스프레이, 스티커, 목탄 등 다양한 그리기 도구들을 도화지 사이사이에 펼쳐놓은 후 학생들이 모두 나와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서 그린 그림과 내 그림을 연결하니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풍성해졌다. 그리고 친구가 그리는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 그리기도 하였으며, 함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학교생활 안내서는 길게 길게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면서 그림을 그렸고, 점점 길어지는 그림과 이야기에 몰입하며 새로운 상상과 이야기를 연결해갔다. 손과 옷에 묻는 얼룩은 개의치 않게 되었고 학생들의 동작은 더욱 과감해지면서 작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작품 전시와 감상
우리들의 상상과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반마다 길고 긴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길고 긴 작품을 어디에 전시하지? 교사와 예술가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건물 밖 공간에 전시하고 싶었으나 바람이나 비로 인해 훼손될 수 있었다. 고심끝에 계단 복도벽을 전시장소로 선정하고 1층부터 오르면서 볼 수 있도록 작품을 설치하였다. 여러 학년의 학생들이 오르내리면서 감상하고, 감상자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더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작품 감상은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기에 교사와 예술가들은 학생들이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질문을 하였다. 작품의 제목은 무엇인지, 다른 반 작품과 우리 반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또는 같은지, 작품을 제작하며 인상 깊었던 점, 친구의 표현에서 소개하고 싶거나 인상적인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마무리하며
수석교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학급이 없는 관계로 본 프로그램을 적용할 학년을 선택하는 일부터 프로그램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선생님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가지며 예술가와 선생님 사이를 부지런히 오고갔다. 본교 2학년 선생님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제법 어려울 수 있었던 활동들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그러한 협업은 학생들에게 깊이있는 배움이 될 수 있는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예술가와 교사의 협력을 덕분에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여 저마다의 표현법을 드러낼 수 있었고, 학생들의 예술적 욕구와 바램을 학교생활 안내서라는 커다란 작품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예술 프로젝트를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 학교 교사들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교사가 가르쳐야할 과목이 많은데다가 수업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각종 업무와 생활지도는 여전히 교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교 현실에서 예술가들의 참여는 학교예술교육을 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는 교사와 예술가의 협업과 노력 덕분에 기존 교육 방식에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교육에 더할 수 있었다. 올해는 2022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이기에 교과서도 새롭고 무엇보다 새 교육과정에서 통합교과의 영역과 내용체계가 전면적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에 초등1~2학년 선생님들의 수업연구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실정을 고려하여 본 프로그램을 4월에 적용하였고, 그 시기 초등2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단원은 ‘자연’과 본 프로그램이 잘 호응하였기에 교과서의 내용을 보다 확장하여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 활동을 운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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