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그룹 : 니캉내캉
운영기간 : 2022.05 - 2022.12
예술분야 : 디자인·사진·비주얼·리터러시
연계교과 : 과학·미술·미디어 교과
지역/학교 : 부산/용암초등학교
참여 대상 : 초등학교 1~6학년
예술가 : 예풀풀(정원)(시각예술)/황선영(시각예술)
교 사 : 용암초 김대연
표현의 씀씀이 : 동네의 즐거움, 우리 동네 자원 활용 보구(고)서
익숙한 우리 바닷가 마을의 일상을 새롭게 질문하고 관찰하여, 예술로 표현하는 ‘우리들의 동네 교과서’를 만드는 프로젝트
해수욕장도 도시도 아닌 갈매기와 멸치, 미역만 오가는 바닷가 마을 여기서 뭘 한다는 거야?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의 창고라 불리는 작고 조용한 어촌 마을,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삶에 물음을 가진 선생님들 그리고 예술로 조금 즐길 줄 아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인 우리들의 만남은 5년 전 우연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예술가와 일상을 함께 나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에게 익숙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실험해 나간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변해 갈까?로부터 교육자의 철학과 예술가의 질문과 경험들로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 속 예술 활동을 이어 오던 중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우리들의 모습 속 표현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만약에 제대로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지? 표현에도 쓸모와 공식이 있는 걸까?
용암초 학생들은 학교명을 학생들이 스스로 바꿀 만큼 자기주장이 뚜렷한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표현의 기회가 없어지면서 아이들의 표현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바뀌어서 교사와 예술가가 모두 놀랐습니다. 특히 이 마을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님이 모두 생업으로 바쁘기 때문에 교육열이 낮아서, 아이들이 글씨 쓰는 것과 같은 본인을 표현하는 능력이 느린 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아이들의 표현의 쓸모가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예술가의 질문으로 열리는 일상 탐구!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예술가와 교사
우리 동네의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 혹은 특별하지만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런 동네의 씀씀이들을 채집하고 수집하여 우리들만의 동네의 쓸모를 찾아간다면?이라는 예술가들의 엉뚱한 질문에 아이들은 물음들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예술가와 교사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스스럼없이 움직이는 협력자이자 매개자로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가는 시간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학교 수업과 예술 수업에서 우리 모두가 느꼈던 한정적인 공간과 시간, 관계, 재료의 한계를 짓지 않았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눈길, 발길 그리고 손길로 학교부터 동네를 넘나들며 관찰하고, 이야깃거리를 찾았습니다. 예술가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수집과 채집을 하며 다양한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 질문과 시간을 더해 이야깃거리를 다양화 시켜 나갔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스스럼없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일상의 탐구가 시작되며 생각과 마음에만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이 아닌 일명 <우리들의 동네 교과서>라는 또 다른 다음의 예술로 탐구활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순간 별 볼일 없는 흔한 곳에서 별 볼일 있는 우리 동네로
학생들은 마을에서 자라며 겪은, 알게 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투정만 부리던 아이가 할머니와 엄마를 도와 오징어와 생선을 다듬는 비법 전수자라는 사실, 수업에 관심 없던 아이가 동네 삼촌들의 옷차림 속에서 바다 생활의 과학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관찰력이 없던 아이가 다시마와 미역의 차이와 상관관계를 분석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항상 창밖의 먼 산이 아닌 먼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에게서 배의 모습과 형태에 따른 기능을 선생님과 예술가가 아이를 통해 배워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바닷가 동네와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아이들 개개인의 관심사부터 가족의 이야기와 같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생각과 마음을 나눠가는 예술 활동이 되어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여유를 갖고 기다리니 의외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알고 있던 네모난 학교와 교실, 칠판과 책들 사이의 아이들이 아닌 그 안에서 재발견된 아이들의 모습들은 이제껏 교사가 알고 있던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예술가 그리고 교사, 각자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새로운 시각을 탐험하는 탐험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다양하게 가지를 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예술가의 경험과 질문을 함께 나눠가는 교육자 모두가 각자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 <표현의 씀씀이>는 아이들이 직접 질문하고 관찰하고 탐구한 이야기들로 바닷사람들의 말 사전, 우리 동네 바다 식물 보고서, 바다 농부 달력, 다시마와 미역 감별하기, 생선 손질의 기술 등 학교 교과 및 생활 과학 등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표현의 씀씀이를 이어가며 바닷가 마을 아이들과 청년 교사 그리고 예술로 조금 즐길 줄 아는 예술가는 계속해서 일상을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한 발견이란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며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과정의 연속이며 그 안에서 다양한 탐구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또 하루하루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