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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탐구생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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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키워드🔑
#고3 #접촉과 연결 #공동체가치
#연극∞국어 #언어와 매체
참여그룹 : 어?흥! (語 말씀 어 興 일으킬 흥)
운영기간 : 2022.06 - 2022.08
예술분야 : 연극·미술·무용·음악·영상
연계교과 : 국어(언어와 매체) 교과
어흥 아카이빙 보러가기
지역/학교 : 경기/용인홍천고등학교
참여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예술가 : 차봄(연극)/백선욱(연극)
교 사 : 용인홍천고 오원경

공동체 가치 탐구 프로젝트 : 예술로 전원全員 일기 (全:전체 전, 員:인원 원)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몸의 움직임, 말하기, 그리기 등)를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프로젝트

untact 비대면 접촉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공동체적 가치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

마지막까지 수능을 노려보는 학원가 밀집지역인 고등학교에서 고3이 연극수업을 허락 받을 수 있을까요?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과목인 ‘언어와 매체’ 교과목의 수능 특강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3학년 교사와 마지막까지 수능을 노려보는 학원가 밀집 지역에 위치한 고등학교.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고3을 대상으로 연극 수업을 한다고 하면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 학부모에게 꽤 많은 비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도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훌륭한 교사라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의 여러 선생님들을 설득한 방식을 조금이라도 설명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관리자를 설득하기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였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굳이 결과물을 내놓지 않더라도 저희의 수업이 충실하다면, 아이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설사,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고3에게 한번 쉬어감의 순간이라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9차시 연극 수업을 하고, 자랑스레 학예회 같은 공연을 하는 것은 매우 멋질 수는 있지만 과연 교육적일까요? 결과물이 아니라, 수업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다행히 수업 혁신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고3 부장님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셔서 걱정보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수능 시험지 속 ‘매체’가 아닌 진짜 우리 삶 속의 ‘매체’ 탐구

국어과의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은 ‘언어’ 파트인 문법과 ‘매체’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어'는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수업 시간에 내용을 다루지만 '매체' 파트는 수능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문해력을 바탕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등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가인 차봄 선생님과 백선욱 선생님은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과서를 살펴본 예술가 두 분은 ‘매체’라고 하였을 때, 보통은 현란한 기계와 영상, 유튜브, 인터넷 등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우리 몸, 인간 자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역시 충분히 매체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이론으로 배우는 매체는, 실제 매체를 학습하고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많기에 이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매체를 정의해 보고, 직접 매체가 되어보는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연극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는 국어 교사와 고3이 처음인 두 명의 예술가 교사와 예술가의 역할 정하기

다시 되돌려 생각해 보니, 세 가지 점이 저희에게 잘 지켜진 것 같습니다. 첫째, 수업에서 서로의 역할을 잘 알았습니다. 교사는 연극 수업을 해 본 적이 없고, 두 예술가는 고3이 처음이었습니다. 때문에 수업에서의 활동을 짜는 건 예술가들이 주가 되었고, 교사는 그 수업이 고3에게 적합할 지를 고민했습니다. 둘째, 수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을 잘 구분하려 노력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명렬표를 준비하는 것부터, 교실이 몇 개 필요할지, 예술가 선생님들이 와서 대기해야 하는 장소까지 섭외하였습니다. 사소하지만 교사에게 주어진 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수업에 필요한 활동지나, 아카이브용 사진, 영상과 편집을 위한 선생님 섭외, 다양한 물품 구입 등은 예술가들이 주로 진행하였습니다. 셋째, 서로를 비판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같이 러닝모임을 하며 만난 사이지만, 온택트 러닝모임이어서 실제로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사실, 이 연극수업이 저희를 연결해 주었지요. 사실 처음 본 것이나 다름없는 서로를 많이 아꼈던 것 같습니다. 서로가 힘이 들 때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비판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선을 넘나드는 것, 예술에 몰입하고 또 다시 일상으로 전환되는 경험

지금 고3 학생들은 코로나와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년입니다. 1학년 때는 학교에 등교한 날이 1년에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익숙하였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에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친구들과 거리를 둬라.’ 즉, 친구들과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있는 선은 보이지 않고, 각자의 선의 범위도 제각각이어서 때로는 내가 선을 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학생들에게는 아마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었습니다. 사람 간의 선을 제대로 알고 잘 넘나들어야만 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선을 잘 넘나드는 것’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도 함께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연극은 몰입감을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분야인데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예술에 몰입하고 또다시 일상으로 전환되는 경험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을 관찰하고 상상하며 언어로, 그림으로, 몸을 매체로 하여 표현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학생들이 1년에 1%의 시간 만큼은 행복했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영향을 미치진 못했더라도, 그 시간 만큼은 즐거웠을지. 아이들의 생각이 듣고 싶어 받았던 소감문에 몇 번이고 다시 시선이 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극이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것인지 몰랐어요.
생소했던 연극수업을 거부감 없이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럽게 시작했던 수업이 이제는 기대가 돼요!
고마움이 담긴 문장들을 보며 저희 역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시선을 끄는 몇 단어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를 생각하라고 했던 선생님들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34시간의 수업을 듣고, 한 학기 17주를 두 번 반복하여 1년을 마칩니다. 저희는 한 반에 9시간의 수업을 했습니다. 34시간 X 17 주 X 2학기 = 1156시간. 저희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1156시간 중 9시간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156분의 9, 0.78%. 0.78%이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1년에 1%의 시간 만큼은 아이들이 행복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학교는, 좋은 수업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