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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탐구생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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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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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우리 동네 기억하기 #아카이브 아트
#필름카메라 #미술 #초등 1학년
참여그룹 : 티치스트
운영기간 : 2022.09 - 2022.10
예술분야 : 사진·미술
연계교과 : 미술·초등 통합 교과
지역/학교 : 대구/대구남도초등학교
참여 대상 : 초등학교 1학년
예술가 : 제갈유진(시각예술)
교 사 : 대구남도초 장윤경

사라질 우리 학교 주변의 모습을 미술로 담는 기억예술가가 되어보자

재개발 예정으로 사라질 우리 학교 주변을 필름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고, 기억을 담을 수 있는 달력을 만드는 프로젝트

예술 수업 창작자로 예술가와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수업에 녹아들기까지

학교 교사와 예술가의 협력 수업이 양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문화, 조직, 제도적 측면에서 하나의 사업 파트너라는 인식이 우세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서로의 역할을 구분 지어 소극적인 협업으로 그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교사와 예술가는 서로의 역할을 구분 짓지 않고 ‘예술 수업 창작자’라는 관계를 맺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목표 설정부터 수업안 구성, 실행 등 끊임없이 소통하였습니다.
교사와 예술가가 창작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평가를 하고, 평가를 받기보다 학생들의 삶을 우선하는 것입니다. 교사와 예술가가 시각적 결과물의 완성도에 집착하기보다 고정된 수업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교실 속 수업도 예술이며 삶도 예술이다.’는 것을 전달해주고자 했습니다. 교사와 예술가의 변화된 태도가 학생들에게도 연결될 수 있도록 본 프로젝트를 하면서 활동 자체를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성찰 할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삶 속에서 즐기는 예술

문화예술교육은 지도하는 교육자가 아닌 배움을 경험하게 될 교육 대상자 스스로가 적극적인 행동과 참여를 해야 더욱 시너지가 나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막연한 예술 교육은 아이들에게 혼돈과 어려움만 남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색연필과 사인펜을 이용해서 선 밖에 나가지 않게 꼼꼼하게 채색하는 것 또는 정해진 악보대로 피아노를 치는 것 정도로 알고 있을 아이들에게 삶과 예술이 하나의 영역으로 와닿게 교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어 학생들이 새로운 세상을 보도록 하는 것은 예술가와 교사의 역량으로 채워야 했습니다.

사라질 학교 주변을 담는 ‘기억 예술가’

대구 남도초등학교는 주택 재개발 사업이 시행 예정입니다. 학교 인근 곳곳에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입니다. 몇몇 학생들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내년부터 이사가 예정되어 있지만, ‘재개발’, ‘사라짐’의 의미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학생으로서 성장의 출발점으로, 관계 형성에서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동네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마지막 모습을 필름 카메라로 새롭게 관찰하는 활동을 통해 자기 정체성, 공동체 내의 소속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프로젝트 주제를 설정하였습니다.
본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예술가, 교사와 함께 관찰하면서 동네를 학생 각자의 이야기로 재구성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동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매일 생활했던 동네였지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동네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 학생들만의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사물 형태를 막 그리는 것을 익히기 시작한 1학년 아동 발달 수준에 맞게 적합한 미술 표현기법을 찾으러 애썼습니다. 그 중 우리는 ‘필름 카메라’를 이용한 아카이빙 작업을 할 계획이었고,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카메라를 주된 교육 소재로 삼게 되었습니다. 필름지를 본 떠 만든 종이로 ‘콜라주’방식을 응용하여 학생들이 실제 아카이빙을 위해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과 일맥상통하게 필름 종이를 2023년 달력에 붙여 표현했습니다. 학생들이 동네와 나, 예술과 나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만들어가며 만든 달력이 단순한 활동 결과물, 상품이 아니라 달력 속 우리 동네와 함께 하며 하루, 한 달이 학생만의 의미로 기억될 수 있길 바라며 수업을 구성, 실행하였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속 진지함, 예술로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남도초등학교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인 문제와 재개발 예정지인 학교 주변을 거닐며 드는 학생들의 생각과 고민이 문화 예술의 이야깃 거리가 되었고,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는 미술에서 재료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삶의 문제를 예술로 기억하고, 추억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문제 해결까지 한다면 정말 멋진 의미라 생각합니다. 학습자의 ‘진지함’은 잘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아닌, 예술로 삶의 문제를 바라보고 즐기기도 하며 해결할 수 있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아직 1학년이라 지역의 문제를 오롯이 이해하는데 한계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재개발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삶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남도초등학교 주변의 풍경과 모습들을 친구들과 거닐며 탐색하는 시간에서 다시금 등하굣길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고, 늘 지나치며 인사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한 장의 그림으로 모든 추억을 녹아 내기 위해 친구들과 소통하고, 자신이 담고 싶은 주변의 사물들을 예술로 녹아내고자 하는 이유를 담아 표현했습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이란, ‘삶 속에서 즐기는 문화예술’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이 미술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전공할 일도 아닙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한 몇몇에게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요셉 보이스가 했던 말입니다. 이 말이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을 향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 프로젝트가 학생이 예술 표현의 기술을 습득하는 경험을 하기보다, 시각적 결과물이 화려하지 않아도 예술가의 시선으로 감각 하는 행위 자체를 경험하고, 주관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예술의 시작’이 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